소소한 금융상식

 

오늘은 일요일, 지금 시각은 11시 52분이다.
월요일 출근을 앞둔 직장인 시절이었다면 주말이 지나가는 게 아쉬워
아직도 폰을 보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있을텐데.

그래도 신생아의 니즈는 간단하다.
잠이 올 때, 배가 고파 자다 깼을 때, 기저귀가 축축할 때, 배에 가스가 찼을 때이다.
특히 배가 고플 때에는 정말 집이 떠나가라 운다.
응애애~! 응애애~! 응애애~!
속눈썹도 갓 자라서 여리고 여린 눈에 자그마한 눈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절대 흐르진 않는다 ㅠ_ㅠㅋㅋㅋ 눈에 맺힌 것조차 귀엽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쓴 삐뽀삐뽀 119 책에서는
아기가 울기 전에 수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신생아들이 배고플 때 보내는 몇 단계의 신호가 있는데 그중 맨 마지막 수단이 우는 것이라고..
신생아에게 수유 텀을 바라는 게 불가능한 것이고 밥을 달라고 할 때마다 주면 된다고 하지만..
같이 보낸 7일 육아 결과, 이틀 간격으로 수유 텀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가는 게 보인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수유 텀을 늘리기 위해 남편과 친정어머니와 함께 노력 중이다.
그 결과 생후 26일 차인 지금은 길게는 4시간 간격으로 수유해 달라고 한다.

첫날에는 1시간 30분 간격으로 밥을 달라고 했는데 정말 지옥 같았다.. ㅋㅋㅋ
아기의 ‘엥!’ 하는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서 남편도 나도 잠을 정말 한숨도 못 잤고
(시누이가 잠을 못 자 누렇게 뜬 내 얼굴을 보고선 병원 검진 갈 때 피검사도 해보라고.. 할 정도로 ㅋㅋㅋ)
첫 해이다 보니, 육아에 대한 요령이 없어 답답해했고
나는 나름 조리원에서 배워온 육아정보가 있는데 나를 믿어주지 않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아기 빨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이야기로 싸움까지 했으니...
육아를 하며 부부싸움이 잦아진다는 육아 선배님의 말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멍-한 표정으로 유축을 하며, 하늘을 보고선 서럽게 눈물도 흘렸었다.

그래도 이틀 간격으로 수유 텀이 길어지니 나도 통잠 아닌 통잠을 잘 수 있어서
개운하고 밝은 육신으로 아침을 맞이 할 수 있었다.

나는 되도록이면 직접 수유를 한다.
유축기로 유축을 하면 몇 ml를 짜냈는지, 그리고 아기가 얼마나 먹었는지를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기의 뱃골은 느는데, 유축기로 유축을 하면 젖양이 그만큼 늘지 않았다.

그리고 아기가 수유할 때의 힘보다 약하다 보니 깊이 있는 젖이 나오지 않았는데, 젖꼭지는 젖꼭지대로 아팠다ㅠ_ㅠ

근데 직접 수유를 하니 그냥 바로 물리기만 하면 되니 참 편하다.ㅎㅎ
유축 수유를 하기 위해서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젖을 보틀 워머로 데워야 하는데
그동안 배고파서 서럽게 우는 아기 목소리를 듣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잠을 못 자 예미한 타이밍이라면 더더욱.

그래도 나는 아직도 아기가 우는 것 = 수유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보니 아기는 잠이 올 때 잠투정을 하며 울기도 했다.

찡찡거리는 이유를 못 찾을 때는 속이 불편해서일까? 그럼 안아 들어서 토닥토닥해주고
기저귀가 축축한가? 그럼 소변선이 변했는지 똥을 누진 않았는지 체크하고,
그래도 찡찡거리면 속이 불편한가? 하고 장마사지를 부드럽게 살살해주고,
그래도!! 찡찡거리면 잠이 오는 것이더라..

저 과정을 다 충족시켰는데, 심지어 수유도 방금 했는데, 울면

그건 배가 고픈 게 아니다.. 그냥 잠이 와서 찡찡거리는 거다. 
그런 중에도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입 주면에 톡톡 갖다 대면 따라오는데, 절대 배가 고픈 게 아니다.

 

남편은 출산휴가를 다 쓰고 내일이면 다시 출근한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성격의 남편 덕분에 집이 항상 깨끗했는데..
빈자리가 많이 느껴질 것 같다.
그래도 그전부터 집안일을 함께 나눠 한 덕분에
내가 집안일을 못하더라도 남편으로 대체가 돼서 편했다.

남편에게 정부지원 산후도우미 해보는 건 어때? 하고 농담을 할 정도로
완벽하게 산후조리와 육아를 도와주었다.

그래도 다음 주엔 남편의 바통을 이어받아 친정엄마가 도와주셔서 다행이다..
그 이후에는 오롯이 나 혼자 낮동안 아기를 봐야 하네.

손목이 아파 아직 똥 쌌을 때 엉덩이를 씻기는 걸 일부러 남편이 대신해줬는데
차차 배워나가야겠다.

 

제왕절개를 해서 병원에서 일주일 정도를 보냈고,
조리원에서 2주 정도를 보냈는데도
골반이며 손목 발목 목 어깨허리ㅋㅋㅋㅋ진짜...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느슨해진 뼈들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아 말랑말랑 부드러워져 있는데
수유를 오래 한다거나 유축할 때 꾹꾹 누른다거나 아기 머리를 받쳐 안는다거나
수유를 위해 거실에서 주방까지 그 짧은 거리를 왔다 갔다 한다거나 하면
고작 이걸로 아프다고?!! 할 정도로 어이없이 아프다.

그래도 이 힘든 육아와 부족한 수면에도
아기가 배냇짓으로 한번 찡긋 웃어주면 그 순간은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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